버미육

버미육 도전일기... - 1부

K66Google 2022. 10. 8. 21:01

메타버스라는 것을 체험하기 위해 VRChat용 캐릭터를 구입한 나는... 결국 욕심이 생겼다.

OBS로 버추얼 캐릭터를 띄우는 데 성공했으니, 버추얼 스트리머에 도전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자가 여자 캐릭터를 사용하여 방송하는 것은 단순하지가 않다.

대부분의 버추얼 스트리머들은 여자가 여자 캐릭터를 사용해서 하는 것이며 남자 버추얼 스트리머들은 여자 버추얼 스트리머에 비해 수적 열세에 놓여있다.

그렇다고 그 적은 수의 남자 버추얼 스트리머들이 모두 여자 캐릭터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니, 내가 시도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인터넷방송 업계 차원으로도 정글 깊은 곳에 들어가는 거나 다름없는 것이다.

 

 

(출처 : 일본어 위키백과 [링크])

 

남자가 여자 캐릭터를 사용해서 방송을 하는 것을 그쪽 전문용어로 '버미육(バ美肉, 바비니쿠)' 이라고 한다.

버미육은 버추얼 미소녀 수육(バーチャル美少女受肉) 의 준말이며, 여기서 수육(受肉)은 먹는 수육이 아니라 '육체(肉)를 손에 넣다(受)' 라는 뜻이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버추얼 미소녀 육체를 손에 넣다' 라는 의미가 된다.

 

버미육이 목소리를 낼 때는 크게 3가지 형태로 나누어진다.

1. 보이스체인저 등 음성 변조 프로그램을 통해 여자 목소리를 내는 것.

2. 직접 쌩목으로 여자 목소리를 내는 것.

3. 그냥 본래 남자 목소리를 내는 것.

 

보통은 1번과 3번의 형태가 많아보이며, 2번의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나는 여자 목소리를 낼 재주도 없고, 보이스체인저를 써서 괜히 목소리가 부자연스럽게 들리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냥 본래 내 목소리로 하기로 했다.

 

 

처음 방송을 시작하는 것이므로 뭔가 방송 진행 방향 등에 대한 시각자료가 필요했다.

그래서 대충이나마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꾸미기는 안 하고 그냥 설명이나 입력했다.

 

 

버미육 도전 이유 1번은 '내 블로그에 글 쓸 소재가 없어서' 이다.

버미육 도전 중일 때와 도전이 끝났을때, 지금 이 게시물처럼 블로그에 '버미육 도전일기...' 를 연재하는 식으로 소재를 창출하려고 한다.

 

 

두 번째 이유는 '내가 선호하는 게임을 트위치에서는 별로 플레이하는 사람이 없어서' 이다.

내 블로그 옆의 카테고리를 보면, 코에이 게임이나 패러독스 게임 등의 카테고리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게임들은 트위치에서 플레이하는 스트리머들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에 답답해서 내가 시작해보기로 결단한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게임 화면만 녹화하는 것보다는 뭔가 추가 요소가 더 있는 게 좋아보여서' 이다.

현재 내 유튜브 채널에 게임 녹화 영상이 있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게임 플레이 영상이고 목소리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여기에 목소리뿐만 아니라 버추얼 캐릭터까지 등장을 시켜서 녹화 영상이 단조롭지 않게 하려고 한다.

 

그 외에도 도전 사유들이 있으나 그건 내가 현재 처한 환경과 연관되어 있어서 프레젠테이션에 넣지 않았다.

버추얼 캐릭터의 탈을 뒤집어쓰고 있는 실제 인물에 대한 가십거리를 업계에서는 '빨간약' '파란약' 이렇게 호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빨간약시청자들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버추얼 스트리머 활동에 치명적인 요소 (개인 신상 공개 등), 파란약시청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요소로 추정된다.

 

 

도전 기간은 2022년 10월 초에서 2023년 3월 말. 약 6개월로 정했다.

도전 기간이 종료될 시점에 운 좋게 내가 시청자 층을 확보했을 경우에는 도전 기간을 연장하거나 부정기적 방송으로 변경을 하기로 한다.

호응 기준은 일단 2023년 2월 평균 시청자 30명 돌파 여부를 기준으로 택했다. 평균 시청자 확인은 대시보드의 인사이트 탭이나 트위치 트래커 (링크) 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나의 방송환경이다. 모니터가 1080p급이 아니라서 방송 신호는 720p로 송출하도록 한다.

마이크는 예전에 천만냥에서 구한 구즈넥 마이크를 쓰기로 한다. 사실 이건 2020년 초에 산 건데, 약 2년 6개월이나 지나서야 비로소 제대로 써먹게 된다.

 

 

실제 인물의 나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소개하기로 한다.

인터넷 세상에서 내가 주로 활동한 영역은 케로로 포럼과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블로그다.

개망초를 닉네임으로 지정한 사유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기술하였다.

 

 

다음은 버추얼 캐릭터에 대한 소개를 한다.

다른 사람들은 캐릭터의 출신 배경 등의 여러 설정도 만드는 것 같은데... 나는 그런 건 복잡해서 정하지 않고, 그저 머리 색과 눈 색을 변경한 사유만 넣었다.

 

 

방송 개국과 함께 시작할 게임들을 미리 선정을 하였다.

하나의 게임을 이어서 하면 나중에 질려서 안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말드라마나 예능처럼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는 식으로 해보려고 한다.

고민 끝에...

 

월요일 - 심즈3

화요일 - 문명의 시대2

수요일 - 휴방

목요일 - 원신

금요일 - 유로트럭2

토요일 - 코에이 게임

일요일 - 시티즈 스카이라인

 

...이렇게 정했다. 다만 이 게임들을 정석대로 플레이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플레이를 할 것이다.

저스트 채팅은... 내가 말 주변이 없어서 바로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 외 추가 컨텐츠 구상은 이렇다.

여기서 그나마 할 확률이 있는 건 역설사 게임, VRChat MMD, 한자공부Q, 문명5, XBOX360 게임 정도다...

 

 

마지막으로 도전 방침을 정했다. 방송에 임하는 각오이기도 하다.

 

1. 보이스체인저는 쓰지 않는다.

미리 테스트를 해봤지만, 보이스체인저를 쓰니 아무리 해도 아줌마 목소리까지가 한계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목소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내가 버미육에 도전하는 주 목적은 블로그와 게임 때문이었으니까.

 

2. SNS (트위터, 디스코드 등) 는 하지 않는다.

나는 블로그와 카페만 너무 많이 사용해서 그런지 '게시판 형태' 에 특화되어 버렸다. 무슨 디스코드, 단톡방, 채팅방 이런 '채팅방 형태' 에는 거부감이 든다. 그리고 SNS에 취해서 부주의한 글이나 채팅을 올릴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3. 합동 방송은 가급적 삼가한다.

어차피 불러줄 사람도 없고, 또 그런 걸 하면 내 방송 시청자나 상대 방송 시청자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여자 버추얼 스트리머들의 시청자들은 남자 스트리머가 접근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들을 괜히 자극할 필요는 없다.

또한, 내가 하려는 게임은 대부분 싱글 플레이 게임이므로 합동 방송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4. 다른 스트리머의 방송에는 용무가 없는 이상 가급적 채팅을 치지 않는다.

이건 지금도 그러고 있다. 비로그인으로만 방송을 시청하므로 채팅도 당연히 치지 않는다. 채팅은 용무가 있을 경우에만 최소한으로 치도록 한다.

 

5. 1인칭 시야 게임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

너무 멀미가 나서 못 하겠다. 마인크래프트는 그래도 쉐이더를 적용하면 화면이 부드러워져서 좀 할 만해지는데, 하프라이프나 fps 게임은 너무 시야가 획획 돌아서 속이 안 좋아진다.

 

6. PVP형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

이러한 게임들은 인간의 경쟁 심리를 너무 자극시킨다. 현실의 경쟁에도 지치는데 게임에서까지 경쟁을 해야 하는가?

하다가 홧병 나서 몸져누울 수 있으므로 하지 않는다.

 

7. 싸가지 없는 채팅은 차단 조치한다.

버미육으로 방송을 시작하는 이상 쓸데없는 시비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2022년 가을 현재 버추얼 스트리머에 대한 거부감은 어느정도 줄어들었다고 판단되나, 버미육에 대한 거부감은 아직까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송 초기 우호적인 시청자층이 없을때가 매우 취약하므로 각별한 주의와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방침이 더 많아지면 피곤하니 일단 7가지만 정해둔다.

 

프레젠테이션 설명은 이 정도로 마쳤다.

또한, 이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설명 녹음 또한 마쳤다. 대략 25분 가량 걸렸다.

 

 

(영상은 10월 10일에 공개 처리한 것이며, 아래 글은 내가 영상 공개를 망설이던 때 쓰던 글입니다.)

 

프레젠테이션 설명 영상은 10월 3일에 녹음을 마치고, 10월 5일에 유튜브에 비공개로 업로드하였다.

이제 설명 영상을 공개하고, 첫 방송을 개시하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도저히 공개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영상 공개도 두렵고, 첫 방송을 개시하는 것 또한 두렵다...

 

게임은 방송 때 플레이하려고 일부러 플레이를 안 하고 있어서 계속 플레이가 지연되고 있다.

두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내 목소리가 공개된다는 것이다.

물론 목소리만으로 나라는 것을 특정하는 건 어렵지만, 인터넷 방송이라는 경험도 전무하고 전화 걸기·받기 마저도 꺼려지는 나에겐 큰 산이다.

그리고 인터넷 세상에 한 번 공개된 것은 급류처럼 퍼지게 된다. 지우고 싶은 것을 지우는 건 어렵다. 내가 이 블로그에서 투니버스 과거 편성표를 수집할 수 있었던 것도, 인터넷 어딘가에 파편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수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방송한 영상도 다시보기나 클립으로 인터넷에 영영 남을 수 있다.

단순히 텍스트가 남는 것과, 음성이 남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얼굴이야 버추얼 캐릭터 뒤에 숨을 수 있지만, 목소리는 어떻게 할 건가? 그렇다고 보이스체인저로 변조해서 방송하는 건 내 방침 상 할 수 없다.

과연 나는 이 모든 두려움을 극복하고 첫 방송을 개시할 수 있을까? 막상 공개 직전까지 가니 마음이 심란해진다. 이런 걸 업계 용어로 '심도가 깊어진다' 라고 하던가.

 

아무래도 며칠 더 숙고해야 될 것 같다.

 

- 2부에서 계속